작년 이맘때쯤, 저희 어머니가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병원에서 “치매로 진행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애매한 설명을 듣고 나서야 저는 치매라는 병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저도 막연히 “치매는 나이 들면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병”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논문과 자료를 하나씩 찾아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직접 자료를 조사하고, 어머니와 함께 실천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치매 예방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치매는 정해진 운명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
가장 먼저 제 생각을 바꿔놓은 건 랜싯 치매위원회(Lancet Commission on dementia)의 보고서였습니다. 2024년에 발표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생활습관과 관련된 위험요인을 잘 관리하면 전체 치매 사례의 약 45%를 예방하거나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 수치가 “이것만 하면 절대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나이나 유전처럼 개인이 바꿀 수 없는 요인도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절반에 가까운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치매를 그냥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지금부터 무언가를 해볼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고 느꼈습니다.
호주 커틴대학교 연구진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후속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왔습니다. 신체활동 부족, 흡연, 낮은 교육 수준, 수면 문제, 사회적 고립 같은 요인을 관리하면 치매 위험을 실제로 낮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소식을 접하고 나서 저는 어머니의 하루 일과를 조금씩 바꿔보기 시작했습니다.
랜싯 치매위원회가 제시한 14가지 위험요인
아래는 제가 자료를 찾아보면서 정리한 랜싯 치매위원회의 위험요인 목록입니다. 이 중 상당수는 저희 가족도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이었습니다. 특히 청력 손실과 시력 손상이 치매 위험요인에 포함된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을 때 꽤 놀라웠습니다.
| 구분 | 위험요인 | 관리 방법 예시 |
|---|---|---|
| 생애 초기 | 낮은 교육 수준 | 평생학습, 독서 습관 |
| 중년기 | 청력 손실, 고혈압, 비만, 과음, 두부 외상, 대기오염 | 정기검진, 혈압관리, 보청기 사용 |
| 노년기 | 흡연, 우울증, 신체활동 부족, 당뇨, 사회적 고립, 고콜레스테롤, 시력 손상 | 유산소 운동, 사회활동 참여, 정기 안과검진 |
이 표를 보고 나서 저는 어머니의 청력 검사부터 예약했습니다. 사실 어머니께서는 몇 년 전부터 TV 소리를 계속 키우셨는데, 저는 그냥 “나이 들면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던 것이 후회가 되더라고요. 청력 저하가 뇌로 들어가는 자극을 줄이고, 이것이 인지기능 저하와 연결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나니 왜 진작 검사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제가 직접 실천해본 치매 예방 습관
이론만 알아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알기에, 실제로 어머니와 함께 6개월 넘게 실천해본 습관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모두 거창한 것들이 아니라 일상에서 조금씩 바꿀 수 있는 것들입니다.
| 실천 항목 | 구체적인 방법 | 체감 효과 |
|---|---|---|
| 유산소 운동 | 매일 30분씩 빠르게 걷기 | 수면의 질 개선, 기분 안정 |
| 지중해식 식단 | 생선, 채소, 올리브오일 위주 식사 | 혈압 수치 안정화 |
| 인지훈련 | 화투, 퍼즐, 신문 읽고 요약하기 | 대화 시 어휘력 유지 |
| 사회적 관계 | 주 2회 이상 경로당, 가족 모임 참여 | 우울감 감소 |
| 수면 관리 | 취침 시간 일정하게 유지, 낮잠 30분 이내 | 낮 시간 집중력 향상 |
솔직히 처음에는 어머니께서 걷기 운동을 귀찮아하셨습니다. 그런데 동네 경로당 어르신들과 함께 걷는 모임을 만들어드리니 오히려 기다려지는 일과가 되었습니다. 혼자 하는 운동보다 사회적 관계와 함께 묶었을 때 지속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조기 발견이 예방만큼 중요한 이유
치매는 증상이 뚜렷해진 뒤에 발견하면 이미 뇌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의 조기 발견을 강조합니다. 저희 어머니도 정기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인지기능 검사를 받으셨기에 비교적 이른 시기에 관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그 검사를 받지 않았다면 지금쯤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국내에서는 만 60세 이상이면 보건소나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무료로 치매 조기검진을 받을 수 있습니다. 비용 부담 없이 인지기능 선별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모님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챙겨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처음에 어머니를 검진에 모시고 가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웠습니다. 혹시라도 결과가 안 좋게 나오면 어머니께서 크게 낙담하실까 봐 걱정이 앞섰거든요. 그런데 막상 검진을 받고 나니, 오히려 어머니께서 더 홀가분해하셨습니다. 막연한 불안감으로 지내는 것보다 현재 상태를 정확히 알고 관리 방향을 잡는 것이 심리적으로도 훨씬 도움이 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면서, 어떤 부분을 우선적으로 관리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조언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막연히 걱정만 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지금이 훨씬 마음이 편합니다.
또한 조기 발견은 가족의 부담을 줄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치매가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 발견하면 돌봄 방식을 급하게 바꿔야 하고, 가족 구성원 모두가 심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큰 부담을 지게 됩니다. 반면 초기 단계에서 발견하면 약물 치료와 인지훈련을 병행하면서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저희 가족의 경우에도 조기 발견 덕분에 미리 장기요양등급 신청 절차나 지원 제도를 찬찬히 알아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과 달라진 정부 지원제도
정부의 치매 정책은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2026년 2월, 보건복지부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되는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을 새롭게 확정·발표했습니다. 기존에 많이 알려진 치매국가책임제가 치매안심센터 같은 인프라를 전국에 갖추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 제5차 계획은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의 선제적 예방과 환자의 권리 보장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치매관리주치의 제도입니다. 지역 의원을 중심으로 환자가 살던 곳에서 꾸준히 치매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데, 2028년까지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한 기존 주 1회였던 인지강화교실이 주 3회로 늘어나고, 경도인지장애를 더 정밀하게 평가하는 심층 진단도구도 개발 중이라고 하니, 저희 어머니처럼 경도인지장애 단계에 있는 분들에게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변화라고 느꼈습니다.
물론 치매안심센터를 통한 무료 검진, 인지훈련 프로그램, 가족 상담, 조호물품 지원 같은 기본적인 서비스는 여전히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도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인지훈련 프로그램에 어머니를 등록했는데, 또래 어르신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정서적으로도 훨씬 안정된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치매와 관련된 정확한 정보, 가까운 치매안심센터 위치, 최신 정책 내용은 중앙치매센터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중앙치매센터 공식 사이트: https://www.nid.or.kr
글을 마치며 드리고 싶은 말씀
치매는 여전히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지만, 적어도 발병 시기를 늦추거나 위험을 줄이는 것은 최신 연구를 통해 확인된 사실입니다. 저희 가족의 경험을 돌아보면, 특별한 비법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청력과 시력 같은 기본적인 건강 관리를 챙기고, 규칙적으로 걷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늘리는 것. 이 평범한 습관들이 쌓여서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부모님이나 가족 중 인지기능 저하가 걱정되시는 분이 계시다면, 너무 늦지 않게 가까운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