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를 두 번 연달아 태운 날, 저는 그냥 요즘 잠을 못 주무셔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세 번째로 가스불을 켜놓은 채 방에 들어가신 걸 발견하고, 이건 흔히 말하는 건망증인지 치매 초기 증상인지 직접 확인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 글에는 치매안심센터 예약부터 인지선별검사, 감별검사에서 실제로 들은 말, 그리고 신청하다가 놓쳐서 헛걸음한 지원 절차까지 순서대로 남겨둡니다. 검색해도 병원 안내문 요약만 나오고 실제로 어떤 순서로, 며칠 만에, 무슨 말을 듣게 되는지는 나오지 않아서 직접 겪은 대로 적습니다.
처음 이상하다고 느낀 건 냄비를 태운 사건이 아니라, 그 이후 어머니의 반응이었습니다. “내가 언제 그랬냐”는 말을 두 번 하셨는데, 단순히 깜빡하신 게 아니라 그 상황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같은 주에 이미 낸 관리비를 다시 내려고 하셨고, 저에게 같은 질문을 하루에 세 번 이상 하신 날도 있었습니다. 단순 건망증은 힌트를 주면 “아, 맞다” 하고 떠올리시는데, 이 시기의 어머니는 힌트를 드려도 그 일 자체를 처음 듣는 것처럼 반응하셨습니다. 이 차이를 눈으로 직접 보고 나서야 병원에 가보자는 결심이 섰습니다.
가족들끼리는 한동안 “연세 드시면 다 그렇다”는 말로 넘겼습니다. 저도 작업치료사로 일하면서 어르신들의 인지 저하 사례를 접해왔지만, 정작 제 가족의 변화 앞에서는 판단이 흐려지더군요. 결국 판단을 미루지 않고 검사를 받아보기로 한 건, 물건을 둔 장소를 못 찾는 일이 한 달 사이 눈에 띄게 잦아졌기 때문입니다.
관할 치매안심센터에 전화를 건 건 월요일 오전이었는데, 실제 방문 검사 예약은 그 주 목요일로 잡혔습니다. 만 60세 이상이면 신분증만 지참하고 방문해 무료로 인지선별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고, 검사는 CIST(인지선별검사)로 약 15분에서 20분 정도 1:1 문답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오늘 날짜, 계절, 방금 들은 단어 다시 말하기, 간단한 계산과 그리기 항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검사 당일 대기 시간은 예약자 기준으로 10분 남짓이었고, 결과는 그 자리에서 바로 안내받았습니다. 다만 센터 직원분이 “정상/인지저하” 여부만 1차로 알려드릴 수 있고, 정확한 진단은 연계 병원에서 진단검사와 감별검사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이 부분을 예약 전화 때 미리 안내받지 못해서, 하루 만에 결론이 날 거라 기대했다가 다음 단계가 또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알게 됐습니다.
1차 선별검사에서 인지저하 소견이 나온 뒤, 센터와 연계된 병원에서 신경심리검사와 뇌 영상 검사를 받았습니다. 검사 결과를 듣던 날, 담당 의사는 “치매는 아니고 경도인지장애 단계”라는 말을 가장 먼저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일반 노인이 치매로 진행하는 비율은 연간 1~2% 수준인데,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경우는 연간 10~15% 정도가 치매로 이행한다는 수치를 직접 보여주셨습니다. 저는 이 숫자를 듣기 전까지 경도인지장애를 그냥 “치매 전 단계니까 아직 괜찮다”는 뜻으로만 이해하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일반인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10배 가까이 높다는 뜻이라는 걸 그날 알았습니다.
의사는 또 한 가지를 짚어주셨습니다. 단순 건망증은 힌트를 주면 기억을 되찾지만, 경도인지장애나 치매 초기 증상은 그 사건 자체에 대한 기억이 아예 남아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제가 냄비 사건 이후 느꼈던 위화감이 정확히 이 지점이었다는 걸 그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진료 마지막에는 6개월 뒤 재검사 일정을 잡고, 그 사이 수면, 혈압, 청력 관리를 함께 병행하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첫 번째 헛걸음은 비용 지원 신청 시기였습니다. 진단검사비와 감별검사비는 만 60세 이상,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인 경우 진단검사비 최대 15만 원, 감별검사비는 병·의원급 최대 8만 원, 상급종합병원급 최대 11만 원까지 지원된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저는 검사비를 먼저 전액 결제하고 나서야 치매안심센터에 지원 신청서를 접수했는데, 검사 전에 미리 상담을 받고 지원 대상 여부를 확인했더라면 결제 방식 자체가 달라졌을 거라는 얘기를 창구에서 들었습니다.
두 번째 헛걸음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일반 건강검진과 치매안심센터 검사를 같은 것으로 착각했던 부분입니다. 만 66세 이상은 일반 건강검진에 인지기능장애 검사가 2년 주기로 포함되어 있지만, 이 검사와 치매안심센터의 인지선별검사는 별개로 운영됩니다. 저는 어머니가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인지기능 항목을 받으셨다는 이유로 치매안심센터 검사가 중복이라고 생각해 예약을 한 차례 미뤘는데, 두 검사의 목적과 절차가 다르다는 걸 뒤늦게 확인하고 다시 예약을 잡아야 했습니다.
재검사까지 남은 기간 동안 저희가 실제로 바꾼 건 크게 세 가지입니다. 가스레인지를 인덕션으로 교체했고, 복용 중인 약을 요일별 약통에 나눠 담아 매일 확인하는 걸 저와 어머니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치매안심센터에서 안내받은 인지훈련 프로그램에 주 1회 참여를 시작했습니다. 이 세 가지 모두 진단 결과가 나온 뒤 병원과 센터에서 직접 권한 항목들입니다.
이 글을 지금 읽고 계신다면, 가족의 행동 변화가 단순 건망증인지 치매 초기 증상인지 스스로 판단하려 하지 마시고, 가까운 치매안심센터에 먼저 전화로 문의해보시길 권합니다. 저희처럼 검사 순서를 미리 몰라서 하루 이틀 더 걸리는 일은 피하실 수 있을 겁니다. 관할 치매안심센터 위치와 지원 절차는 중앙치매안심센터 공식 사이트(https://ansim.nid.or.kr)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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